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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3), 겉멋없이도 엄청난 내공이 느껴지는.

영화를봤다

by 각각 2020. 11. 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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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 '나는 영화다!' 라고 강렬하게 외치며,

대사 하나하나도 멋있게, 장면 하나에도 잔뜩 겉멋을 내며  영화스럽게 꾸며진 것들이 대부분의 영화다.

그런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그것또한 그대로 좋다.

 

하지만 그런것이 하나도 없이도 훌륭한 영화는 나올 수 있다.

 

영화보다는 현실에 가까운 모습으로.

내 주변의 이야기인 것 처럼. 혹은 내 이야기인 것처럼 느껴지도록.

그렇기 때문에 슬픔도 더 슬프게.

 

이 영화처럼.


십여년쯤 전인가.

이 영화를 엄청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었다.

 

무슨 영화인가 궁금해서 봤다.

그때의 감상은 달달한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의 대사속에 감춰진 감정들을 미쳐 깨닫지 못한채로 영화를 봤다.

그럼에도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지금에 와서야 이게 지독하게 현실적이고 슬픈 영화라는것을 좀 더 깨닫게 되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안쓰럽고 먹먹해서 몇번이고 영화를 끄고 싶었다.

이번에는 결말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더더.

 

이 영화속에는 나도 있었고, 내가 살아오면서 지나친 사람들도 있었다.

내가 사람에게 상처준것들.

혹은 나를 건드리며 지나간 사람들이 느꼈을 감정들.

영화속에는 우리 엄마도 있었고, 친구들도 있었다.

 

이런 영화는 종종 나타나서 내가 지나온 길들을 되돌아 보게 만든다.

화려한 영상도 겉멋든 대사도 없지만 어마어마한 내공이 느껴지는 영화였다.

 

아마 이 영화를 함부로 열어버린 죗값을 톡톡히 치뤄야 할 것 같다.

어머어마한 후유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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